부산 남포동, 시장 골목의 활기를 마주하다
부평깡통시장 저녁 산책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배낭 하나 메고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주말을 이용해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곳을 찾다 보니 결국 익숙한 남포동으로 발길이 닿더라고요. 복잡한 생각 정리하기에는 역시 이런 활기찬 시장 골목을 뚜벅이로 천천히 걷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해가 저물어갈 무렵 도착한 부평깡통시장 입구는 벌써부터 주황빛 조명으로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늦가을 특유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시장 골목을 가득 채운 정겨운 냄새와 활기찬 에너지가 일주일 동안 쌓인 회사에서의 피로를 단숨에 녹여주는 기분이었음.
아케이드 지붕 아래로 길게 뻗은 좁은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오랜만에 시장 특유의 정겨운 구경거리에 푹 빠졌다. 양옆으로 늘어선 상점들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 사이를 지나며, 본격적인 나만의 주말 미식 방랑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18번완당집, 70년 전통의 깊은 맛을 찾아서
남포동 비프광장 노포

첫 번째 목적지는 7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 18번완당집이다. 남포동 비프광장 근처 지하에 위치해 있는데, 지하철 남포역에서 내려 도보로 5분 정도만 걸으면 닿는 거리라 뚜벅이 여행자에게 접근성이 아주 좋더라고요.
대표 메뉴인 완당 단품은 9,500원인데 솔직히 성인 남성 기준으로는 이것만 먹으면 양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김초밥 2개와 유부초밥 3개가 같이 나오는 세트 메뉴를 주문했는데, 그제야 한 끼 식사다운 든든한 포만감이 차올랐다.
국물 속에 면처럼 길게 들어있는 건 면이 아니라 아삭한 숙주나물이라, 진짜 면 식감을 원한다면 완당이 아닌 완당면을 주문해야 한다. 0.3mm의 극도로 얇은 완당피는 입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녹아내리는데, 15초 정도만 살짝 데쳐내어 엉겨 붙지 않고 깔끔했음.
육수를 너무 오래 끓이면 쓴맛이 올라올 수 있어서 조리법이 꽤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과연 국물 맛이 아주 깊고 개운했다. 가볍게 호로록 넘어가서 첫 끼니로 부담 없이 즐기기 좋았고, 노포 특유의 묵직한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져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음.
부평야시장 & 깡돼후야시장, 줄 서서 먹는 야시장 미식 탐방
밤이 더 화려한 야시장 골목

완당으로 가볍게 배를 채우고 다시 밤이 깊어진 부평야시장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려한 파라솔 아래로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을 보니 확실히 부산 대표 야시장다운 활기와 생동감이 온몸으로 느껴져 걷는 것만으로도 묘한 설렘이 생기더라고요.



지나가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멈춰 선 곳은 그 유명한 승기 찹쌀 씨앗호떡 앞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달콤한 씨앗호떡 한 개를 2,500원 주고 사 먹었는데,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견과류의 고소함이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을 더해주었음.


이어서 야시장의 또 다른 명물인 깡돼후야시장으로 향했는데, 주말 저녁 피크 타임이라 그런지 전화 주문은 아예 연결조차 안 되더라고요. 결국 매장에서 30분 넘게 직접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돼지갈비 후라이드 반반 메뉴를 겨우 포장할 수 있었다.

숙소로 가져와 맥주 한 캔과 함께 맛본 돼지갈비 튀김은 치킨보다 식감이 훨씬 부드러웠다. 다만 기름기가 많아 단독으로 계속 먹기에는 금방 느끼해져서, 1,000원짜리 콘샐러드를 필수로 곁들여야 겨우 물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
혼자 온 여행자에게 다소 아쉬운 점은 반반 메뉴에 소(小) 사이즈가 없어 무조건 중(中) 자 이상으로 주문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남은 건 포장해야 했는데,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1인 혼행러에게는 양과 가격 면에서 조금 아쉬운 선택이었음.
이가네떡볶이, 시장의 상징 3대천왕 떡볶이 정복기
매콤달콤한 가래떡 떡볶이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어제 못 먹은 이가네떡볶이를 맛보기 위해 다시 활기찬 시장 골목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백종원의 3대천왕 등 여러 방송에 소개되어 대기 줄이 어마어마했지만, 이모님들의 빠른 손놀림 덕에 생각보다 금방 차례가 왔다.
여기는 매장 내부에 편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없고, 음식을 받아 가게 뒤편 좁은 공간에서 서서 먹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어묵 국물도 비치된 국자로 직접 종이컵에 떠서 마셔야 해서 뚜벅이 혼행러에게는 살짝 번거롭고 불편하게 느껴졌음. 😮💨
혼자 방문해도 떡볶이 3개와 튀김 2개를 섞은 1인 세트를 5,000원에 주문할 수 있어 구성 자체는 꽤 합리적이었다. 튀김 종류는 오징어와 고추 등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었는데, 갓 튀겨내어 튀김옷이 아주 바삭한 점은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하지만 솔직히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다 먹고 나니 입안에 기름진 니글거림이 꽤 오래 남아서 속이 조금 더부룩했다. 게다가 가래떡이라 그런지 양념이 속까지 깊게 배지 않아 씹을수록 살짝 싱겁게 느껴지는 부분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대목이었음.
여주도자기 부산2호점, 시장 골목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그릇
소박한 도자기 그릇 매장

느끼해진 속을 달랠 겸 소화도 시킬 겸, 골목 구석에 숨겨진 그릇 가게인 여주도자기 부산2호점을 찾아 길을 나섰다. 좁은 골목길 매장 입구부터 다채로운 색감의 도자기 그릇들이 빽빽하게 쌓여 있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듯한 정겨운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물건이 매일 채워지는 게 아니라 2~3주 간격으로 입고되기 때문에,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방문 전에 인스타그램 공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매장 내부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 조용히 눈으로만 그릇들을 감상하며 골라야 하더라고요.
단돈 1,000원짜리 소품부터 다양한 생활 식기들이 가득해 구경하는 재미는 확실히 쏠쏠했다. 다만 결제하기 전에 유약이 덜 칠해져 있거나 짝이 맞지 않는 불량품이 섞여 있을 수 있으니, 제품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는 건 필수적인 팁이다.
남포동 골목길의 여운을 뒤로하며
국제시장과 광복로 산책




그릇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아기자기한 디저트 가게에서 달콤한 간식거리들을 포장해 잠시 쉬어갔다. 화려하고 세련된 관광지도 좋지만, 이렇게 골목 구석구석을 직접 걸으며 소소한 재미를 발견하는 것이 남포동 여행의 진짜 매력이다.




이번 부산 여행은 화려한 명소 대신 좁은 전통시장 골목길을 뚜벅이로 걸으며 현지의 맛과 멋을 온전히 느껴본 시간이었다. 비록 대기 줄에 지치고 입맛에 딱 맞지 않는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 또한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주말 동안 배낭 하나 메고 떠나온 남포동에서의 짧은 여정은 여기서 따뜻하게 마무리하려고 한다. 다음 주말에는 또 어떤 경상도의 숨은 소도시로 발길을 옮겨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벌써부터 가벼운 설렘이 마음속에 차오른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