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에서 하루, 뚜벅이로 천천히 걷기
서울 근교 가을 나들이로 어디 갈지 고민되던 날, 저는 구리로 바로 향했어요. 동구릉에서 시작해서 한강시민공원, 전통시장까지 이어지는 코스가 생각보다 딱 좋더라고요.
아침 공기가 차갑게 붙어오던 날이라 더 기대됐고, 괜히 왕릉 숲길이랑 한강 바람이 같이 떠올라서 설렜어요. 이런 날은 멀리 안 가도 충분하구나 싶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

사진처럼 동구릉은 첫인상부터 고즈넉했어요. 입장료가 성인 1,000원이라 부담도 없고, 만 24세 이하는 무료라서 가족 단위로도 편하겠다 싶었어요.
운영시간은 계절별로 조금 다른데, 제가 간 시기엔 화일 06:0018:00 느낌으로 보면 되고 월요일 휴무라 날짜만 잘 맞추면 돼요. 주차는 유료라서 기본 30분 500원, 이후 10분당 200원이라 짧게 보고 나올 거면 계산이 빨라야 해요.
건원릉에서 현릉까지
저는 건원릉 쪽부터 천천히 걸었는데, 왕릉 사이로 소나무 향이 확 올라와서 진짜 숨이 맑아지는 느낌이었어요. 참도 따라 걷는 발소리도 괜히 조심스러워져서, 여행인데도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구요.

정자각 안쪽에서 바깥을 보면 붉은 단청이 프레임처럼 잡아줘서 사진이 더 예뻐 보여요. 이런 구도는 실물로 봐야 더 와닿는데, 햇살이 들어오니까 홍살문이랑 숲이 같이 살아나더라구요.
솔직히 왕릉은 그냥 ‘조용한 곳’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걸어보니 현릉, 원릉 쪽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꽤 묵직했어요. 화려하진 않은데 오래 남는 분위기라서, 이런 데서 한 시간 넘게 걷는 게 오히려 좋았어요.
한강 바람 맞으러 구리한강시민공원
왕릉에서 나와서 구리 한강시민공원으로 넘어가니 공기 결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숲의 조용함 뒤에 한강의 탁 트인 느낌이 오니까, 하루 코스가 갑자기 넓어지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사진처럼 나무 한 그루랑 고가도로가 같이 보이는데, 이 조합이 묘하게 구리답더라구요. 도시 기반 시설이 큰데도 공원 쪽은 여유가 있어서, 산책하다가도 시야가 탁 트이는 맛이 있어요.
여긴 봄엔 유채꽃축제, 가을엔 코스모스로 유명하잖아요. 저는 축제 시즌에 맞춰 갔더니 주차장이 꽤 붐볐고, 오전 일찍 안 오면 차 대는 데서부터 살짝 지칠 수 있겠더라구요.
공원 자체는 상시 개방이라 편한데, 축제 기간엔 사람도 많고 사진 찍는 자리도 빨리 차요. 그래도 한강 배경으로 꽃밭이 펼쳐지면 왜 다들 여기 오는지 바로 이해돼요.
피크닉보다 산책이 더 잘 어울림
돗자리 펴고 오래 앉아 있기보단, 저는 여기선 걷는 쪽이 더 좋았어요.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풀 냄새가 올라오고, 멀리 강 쪽으로 시선이 빠져서 괜히 멍해지더라구요.
다만 화장실 쪽은 기대보다 평범했고, 축제 때는 줄이 조금 생겨서 그 부분은 살짝 아쉬웠어요. 이런 건 진짜 미리 알고 가는 게 마음 편합니다.
구리전통시장 곱창골목에서 저녁 한 끼
배가 슬슬 고파져서 구리전통시장 쪽으로 넘어갔어요. 시장 골목 특유의 소리랑 냄새가 확 올라오는데, 여기서는 괜히 발걸음이 빨라지더라구요.

노란 간판이 멀리서도 보여서 찾기 쉬웠고, 원조 이모네 곱창은 1층부터 3층까지 써서 생각보다 규모가 컸어요. 오전 9시부터 새벽 3시까지라니, 진짜 시장 골목답게 시간대가 넉넉하더라구요.
주문하고 앉아 있으니 반찬이 금방 나왔고, 동치미랑 쌈채소가 같이 들어오니까 벌써 한 상 차린 느낌이었어요. 저는 이런 데서 야채곱창이나 순대곱창 먹는 걸 좋아하는데, 시장 특유의 투박한 맛이 있어서 더 끌리더라구요.
근데 솔직히 양은 기대보다 아주 폭발적이진 않았어요. 가격 대비 ‘와 미쳤다’ 수준은 아니고, 대신 골목 분위기랑 같이 먹는 맛이 있어서 만족한 쪽에 가까웠습니다.
시장 안은 먹을 게 계속 나옴
곱창 먹고 나오는데 호떡, 꽈배기, 떡볶이 냄새가 계속 따라와서 진짜 힘들었어요. 배만 더 컸으면 하나씩 다 집어 들었을 텐데, 그건 다음에 다시 와야겠더라구요.
공영주차장 쪽은 식사 후 1시간 무료 혜택이 있어서 그나마 마음이 놓였어요. 주말이나 명절엔 대기 필수라서, 여긴 느긋하게 올 생각보단 시간 여유를 두는 게 맞아요.
왕숙천 따라 걷다 보니 아차산 생각
밥 먹고 나서 바로 집에 가기 아쉬워서 왕숙천 쪽도 잠깐 들렀어요. 자전거길이 길게 이어져 있어서, 걷는 사람도 뛰는 사람도 다 자기 리듬으로 움직이는 느낌이 좋더라구요.

사진처럼 길이 시원하게 뻗어 있어서 라이딩하는 사람들 보기만 해도 속이 뚫렸어요. 어느 가을날 오전 9시 52분쯤 찍힌 장면이라 그런지, 공기까지 차분하게 느껴졌어요.
여기서 보니 괜히 아차산도 다시 가고 싶어지더라구요. 구리에서 산, 강, 시장이 다 이어지는 게 참 신기한데, 동선만 잘 잡으면 하루가 꽉 차요.
저는 아차산은 초보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편이라 좋아해요. 왕복 1.5~2시간 정도면 충분하고, 정상 쪽에서 한강이랑 도심이 같이 보일 때는 진짜 보상받는 느낌이 큽니다.

이 전망은 사진으로 봐도 시원한데, 직접 보면 훨씬 더 탁 트여요. 분홍 진달래랑 한강, 도심 아파트가 같이 들어오니까 구리 근교 산행의 맛이 딱 살아나더라구요.
솔직히 아차산은 올라가는 동안은 좀 숨차요. 그래도 길이 잘 정비돼 있어서 무리한 느낌은 덜했고, 해질 무렵이나 일출 시간에 맞추면 왜 다들 찾는지 알겠더라구요.
하루 코스 마무리
결국 구리는 한 군데만 보고 끝낼 도시가 아니었어요. 동구릉에서 조용히 시작해서 한강시민공원으로 바람 맞고, 곱창골목에서 배 채우고, 아차산으로 마무리하니까 하루가 꽤 알찼습니다.
다음엔 봄에 와서 유채꽃이랑 코스모스 시즌을 제대로 보고 싶어요. 뚜벅이로도 충분히 재밌고, 생각보다 로컬 감성이 진해서 저는 이런 코스 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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